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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조지오웰2

밤하늘별9804 2020. 2. 8. 21:52

복서로 말하면 몸집이 어마어마하게 큰 짐승으로 키가 거의 열여덟 뼘이나 되고 보통 말 두마리를 합쳐놓은 것처럼 힘이 셌다. 그가 좀 멍청해 보이는 것은 코 밑의 흰 줄 때문이었다. 사실 그는 머리가 아주 일급으로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심지가 꿋꿋하고 일할 때는 무서운 힘을 발휘했기 때문에 농장 동물들에게 널리 존경받고 있었다. 그들에 이어 당도한 것은 흰 염소 뮤리엘과 당나귀 벤자민이었다. 당나귀 벤자민은 농장에서 나이가 가장 많고 성질도 제일 고약했다. 그는 좀처럼 입을 떼는 일이 없었지만 뗐다하면 시큼씁쓸한 논평을 내뱉기 일쑤였다. 이를테면 하느님이 파리를 쫓으라고 그에게 꼬리를 달아준 모양이지만 자기로선 차라리 파리도 없고 꼬리도 없었으면 좋겠어, 라는 식이었다. 농장 동물들 중에 유일하게 절대로 웃지 않는 것도 그 벤자민이었다. 왜 웃지 않느냐 물으면 웃을 만한 일이 없다는 대답이었다. 그러나 내놓고 인정한 적은 없지만 그는 내심 복서를 존경하고 있었다. 일요일이면 그들 둘은 과수원 너머 작은 목장에서 말 없이 나란히 풀을 뜯곤 했다.

복서와 클로버가 자리를 잡고 앉자 이번에는 어미 잃은 오리 새끼들 한떼가 헛간으로 몰려들어 밟히지 않을 자리를 찾느라 이리저리 삐악거리며 돌아다녔다. 클로버가 커다란 앞발로 울타리를 만들어주자 오리새끼들은 그 안에 들어가 금세 잠이 들었다. 마지막 순간에 도착한 것은 존즈 씨의 경마차를 끄는, 아리땁지만 머리는 텅 빈 희색 암말 몰리였다. 몰리는 각설탕 덩어리를 씹으며 아주 우아한 맵시로 걸어 들어왔다. 그녀는 앞쪽 연단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흰 갈기를 펄럭이기 시작했다. 그 갈기에 달린 빨간 댕기를 자랑하고 싶어서였다.

맨 마지막 참석자는 고양이였다. 그녀는 늘 그러듯 제일 따스한 자리가 어딜까 두리번거리다 복서와 클로버 사이로 비집고 들어갔다. 거기서 그녀는 메이저의 연설이 끝날 때까지 한마디도 듣지 않고 혼자 꼬르륵거렸다.

길든 집까마귀 모지즈만 빼고는 농장의 동물 모두가 참석했다. 까마귀 모지즈는 존즈 씨의 본채 뒷문 횃대에서 자고 있었다. 동물들이 모두 편히 좌정하고 연설을 들을 준비가 된 것을 보자 메이저는 목청을 다듬어 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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