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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온다리쿠1

밤하늘별9804 2020. 2. 10. 15:55

맑은 날씨라는 것은 참 희한해, 하고 학교 언덕길을 오르면서 니시와키 도오루는 생각했다. 이렇게 아침부터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일 때는 처음부터 그런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여 이내 그 고마움을 잊어버린다. 하지만 만약 지금 날씨가 흐릿하고 구름 낀 하늘이었다면 어땠을까. 또는 빗방울이라도 뚝뚝 떨어졌다면. 한술 더 떠서 마구 퍼붓기라도 한다면?

그는 그런 날씨 속에서 언덕을 오르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우산을 쓰고 신발과 바지 자락이 흠뻑 젖어 투덜거리면서 이곳을 걸어가고 있는 자신.

그랬더라면 마음속에는 오로지 날씨에 대한 생각뿐이었을 것이다. 하필이면 오늘 이런 날씨일 게 뭐야, 부탁이니 제발 비라도 그쳐줘, 어때서 이렇게 재수가 없는 거냐고, 하면서 지금쯤 하늘 위의 누군가에게 욕을 퍼붓거나 기도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이렇게라도 멋지게 맑게 갠 날씨다. 바람도 한 점 없고 가을날 하루를 바깥에서 보내기에 안성맞춤인 맑은 날씨. 아마 나는 금세 날씨에 대해 잊어버릴 것이다. 그 행운을 당연한 거라 믿으면서 만약 지금 뒤에서 친구가 말을 건다면, 눈 깜짝할 사이에 날씨에 대한 화제 따위는 잊어버릴 게 틀림없다.

"도오루!"

누군가의 손이 뒤에서 힘껏 어깨를 잡자 갑작스런 아픔에 짐짓 화를 내며 돌아본 도오루는, 지금 막 자신이 예상했던 대로 날씨에 대해서는 깡그리 잊어버렸다.

"아얏"

"좋은 아침."

뒤에서 온 도다 시노부가 어깨를 잡은 뒤에 무릎을 차려고 하는 기미를 눈치채고 도오루는 황급히 도망갔다.

"하지 마, 무릎은 하지 말라구. 아직 상처가 덜 나았단 말이야."

"어, 그랬어?"

"부탁이야, 지금부터 만 하루를 걸어야 하니까."

"도오루가 버스를 타면 어떨까."

"불길한 소리 하지마라."

"슬플거야, 버스에 실려 가야 한다면."

"그것만큼은 절대 사양이다."

버스라는 단어가 이렇게 불길한 단어로 속삭여지는 곳은, 세상이 아무리 넓다 해도 오늘과 내일의 북고 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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