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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놀장 조지오웰1

밤하늘별9804 2020. 2. 8. 21:25

그날 밤, 메이너 농장의 존즈 씨는 잠자리에 들기 전 닭장 문을 걸어잠그기까진 했으나, 술이 너무 취해 닭장의 작은 구멍닫는 일은 잊어버렸다. 그가 갈짓자 걸음으로 마당을 건너가는 동안 그의 손에 들린 등불의 불빛도 좌우로 크게 출렁거렸다. 그는 본채 뒷문에서 장화를 발꿈치로 차 벗어던지고 부엌 술통에서 맥주 한 잔을 마지막으로 따라 들이키고는 침대로 향했다. 침대에는 아내가 벌써 코를 골며 잠들어 있었다. 존즈 씨의 침실 불빛이 꺼지기 무섭게 농장의 모든 축사에서는 일제히 부시럭거리는 소리, 날개 퍼덕이는 소리들이 나기 시작했다. 지난날 무슨 상인가를 탄 적이 있는 늙은 수퇘지 메이저가 전날 밤 이상한 꿈을 꾸었는데 그가 그 꿈을 농장의 다른 모든 동물 동지들에게 알리고 싶어한다는 소문이 낮 동안 쫙 퍼졌고 그래서 존즈 씨가 완전히 잠드는 밤시간을 기다렸다가 동물 전원이 농장 큰 헛간에 모이기로 되어 있었다. 늙은 수퇘지 메이저가 품평회 같은 데 나갈 때 붙여지는 공식 명칭은 윌링던 뷰티였으나 동물들은 그를 <메이저>라 불렀다. 농장 동물들은 그를 퍽 존경하고 있던 터라 그의 얘기를 듣기 위해서라면 모두 한 시간의 잠쯤은 희생시킬 용의들이 있었다.

넓다란 헛간 쪽에는 대들보에 매달린 등불 밑으로 제법 높지막하게 연단 비슷한 것이 만들어져 있었고 늙은 메이저가 거기 벌써 짚단을 깔고 편안히 좌정해 있었다. 그는 나이 12세로 최근 몸이 좀 불고,이빨은 한번도 자른 적이 없지만 여전히 현명하고 자애롭고 위엄이 넘쳐 보였다. 헛간에는 금세 농장 동물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제각각 자기 방식대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맨 먼저 도착한 것은 블루벨, 제시, 핀처라는 이름의 세 마리 개들이었다. 이어 돼지들이 들어와 연단 바로 앞의 짚단 위에 자리잡았다. 암탉들은 창턱에 올라앉고 비둘기들은 서까래로 올라가고 양과 암소들은 돼지들 뒤켠에 앉아 벌써 새김질을 시작한 참이었다. 짐수레 끄는 말 복서와 클로버가 나란히 함께 도착해서는 짚더미 밑에 혹시 다른 몸집 작은 동물들이 숨어 있다가 발굽에 밟힐세라 조심조심 털투성이 발굽을 떼어놓으며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클로버는 이미 중년을 바라보는 뚱뚱한 어미말이었는데 네번째 새끼를 낳은 뒤로는 영 옛날의 못습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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